책 리뷰 예순하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로 등단하기 전 소설가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소설가가 되라고 하지 않았고, 단지 어느 순간 자신이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집필을 시작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그에게 러너가 되라고 하지 않았다. 단지, 소설가로서 일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삶을 대하는 그는 초반에 열심히 달리다가 나중에 체력이 떨어져 낙오되는 게 본인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란 일종의 고행과 같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대개 이런 종류의 스포츠는 대부분 일종의 자기 고문 같은 면이 존재한다. 육체적으로는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물속에 푹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측면도 때때로 존재한다. 그러나 ‘고통스럽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스포츠에 있어서는 전제조건과 같은 것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이런 고통스러운 행위를 우리는 왜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것인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이것을 왜 하는가에 대한 나의 태도이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니깐 글을 쓰고, 내가 달리고 싶으니 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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