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예순셋. 싯다르타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는 인생이 한줄기 강물이었음을 깨달았다. 소년, 장년, 노년의 자신이 단지 그림자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을 뿐, 진짜 현실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전생들도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었으며, 죽음이나 범천으로의 회귀도 결코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현존하는 것이며, 모든 것은 본질과 현재를 지니고 있었다.

흘러가는 물결 속에서 여러 모습들이 나타났다. 아버지의 외로운 모습이 나타났는데, 아들인 자기 때문에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으며, 자신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자기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에게 그리움의 끈으로 묶여 있는 외로운 모습이었다. 자신의 아들 모습도 나타났는데, 아들 역시 열망에 사로잡혀 자기의 길을 미친 듯이 치닫고 있는 외로운 모습이었으니, 모두가 스스로의 목표를 향하고 있었고, 모두가 그 목표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모두가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모습, 자신의 모습, 아들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흘러가고 있었으며, 사라져버렸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흘러가다가, 모두가 강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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